2014.11.2 서울 면접기 - 하늘공원
서울에서 외각지역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 주변 하늘공원에 억새가 정말로 멋있다고 합니다.
각종 블로그에 하늘공원 억새축제라고 해서 장관을 이루는 풍경들이 정말 많이 있는데요.
이 소식을 듣고 또 미미의 발에 발동이 걸리더군요.
황급히 사진기를 챙겨들고 하늘공원으로 향해봅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마주할 수 있는 곳이 평화의 공원입니다.
난지천 주변으로 조성된 공원인데요. 공원 자체도 온갖 나무와 풀들로 아름답게 조성되었는데요.
공원이 워낙 넓다보니 여러 사람들도 이곳에 모여 다양한 공연이나 행사를 진행하더군요.
(제가 갔을 때는 한 편에 사람들이 모여 인라인 스케이트 대회를 진행했습니다.)
(한편 반려견 놀이터라고 조그마한 애견들부터 큰 견들을 위한 공간도 조성돼 있었습니다.)
평화의 공원은 지금 막 제철을 맞은 듯합니다.
이제 막 떨어진 가을의 어린 낙엽과 아직까지는 소녀의 입술처럼 빨간 단풍,
그리고 검은 잉크 한 방울로 그 깨끗함을 다 망쳐버릴 것만 같은 가을하늘로써 장관을 이룹니다.
야영을 좋아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 이곳에 직접 텐트를 펼쳐
결실의 가을이 주는 아름다움을 더욱 만끽하시는 분도 있으시더군요.
(물론... 가을도 다 지나 무척 춥습니다)
이곳이 난지천의 끝자락에 있는 난지연못입니다.
발을 담가도 무릎 바로 위의 허벅지까지만 차가운 물의 감촉이 느껴질 듯한 연못 주변에
시끌벅적한 서울의 복잡한 환경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 싶은 사람들이 한가로이 산책 겸 여러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각종 높은 건물들로 하늘을 가린 서울에서 뻥 뚤린 세계를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자유시공원!
이제 평화의 공원을 빠져나와 본 목적지인 하늘공원으로 향할 차례입니다.
공원에서 한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면 위와 같은 번개 모양의 계단 길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총 약 300개 정도에 달하는 수많은 계단을 넘어 오른쪽으로 깍듯한 절벽이 보이는 도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그토록 갈망하던 억새로 가득한 하늘공원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노약자 분들은 전기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올 수 있습니다.)
하늘공원은 원래 쓰레기 매립지였습니다. 2002년에 열린 월드컵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거대한 공사를 착수했는데요.
약 3년 동안의 침출수 제거 작업과 지반 안정화 작업을 거쳐 매립지는 억새로 가득한 자연공원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 가스와 풍력을 사용해 하늘공원에 필요한 여타 다른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쓰레기 더미를 바꿔 서울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만들었다니 이 자체로만 봐도
하늘공원은 친환경적인,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할 친환경 사업에 지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불면 눈이 가득 떨어질 듯한 눈꽃같은 억새가 사방에 가득합니다.
뒤덮는 차디찬 바람에 억새는 자신의 고개를 가득 젖힙니다. 그러나 바람이 물러나면 억새는 다시 꿋꿋하게 일어섭니다.
한 아이가 쓰러지면 다른 아이들도 저마다 고개를 숙입니다만
한 아이가 일어서면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하늘을 바라보며 덩실덩실 미소 짓습니다.
하얀 눈발이 바람 결에 밀려갔다가 밀려오는 억새밭입니다.
또 이곳 하늘공원에 명물이라는 "하늘을 담는 그릇"에 가 봤습니다.
임옥상이라는 예술가가 2009년에 만들었다는데요.
어린애 동심처럼 때 묻지 않는 파란 하늘이 가득한 이곳 하늘공원에
모든 아름다움을 담아 필요할 때 꺼내보려고 만든 그릇 같습니다.
저도 작가님 마음처럼 하늘을 가슴 한편에 모두 담고 싶어 그릇에 올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쳤답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광활한 하늘 아래 제 가슴은 이 모든 것을 담기에 너무 역부족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주변에 갈대만이 무성하던 하늘공원의 그릇에서 흘러가는 구름 한 점만 멍하니 보고 있었답니다.
문득 하늘에 떠 다니며 온 세계를 돌아다닐 것 같은 구름 한 점이 부럽더군요.
이 억새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제 필력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왜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까요.
바람이 불어오면 억새가 쓰러지고 다시 이구동성으로 일어서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주변에 억새들이 바람에 못이겨 소근소근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스산하고 아련한 기운을 어떠한 말로도 표현하지 못함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