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의 여행/기타 여행

2014.12.17 금당산 - 폭설

★☆ Mimi ☆★ 2014. 12. 17. 19:13





시 금당산을 찾습니다.

2014.12.2, 첫 눈 올 때에 학교를 방문했다면 2014.12.17 폭설이 내릴 때에는 뒷산 금당산을 방문합니다.

어릴 적에 멋 모르고 뛰놀던 동심 때문일까요? 폭설 때문에 카메라가 위험할 수 있으나 

설경을 놓치기가 너무 아쉬워 아이젠까지 신고 조심스레 집을 나서봅니다.










2013.12.12 - 금당산 여행기 

작년 이맘때쯤, 눈이 내리지 않을 때에 그래도 소나무가 남아 있어 초록이 가득했는데

온 세상이 눈으로 다 덮혀 버린 지금은 차가움만 산에 가득합니다.

폭설이 워낙 심한지라 등산하는 모든 사람들은 추위에 떨며 집으로 꼭꼭 숨어버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폭설로 눈 덮힌 겨울 산의 매력 떄문에 산을 찾은 분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차가운 눈은 등산객에게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역시

아름다움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고 더욱 고되고 값진 시련을 선사합니다.

평상시 눈을 감아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계단조차 눈으로 얼어붙은 날에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조심스레 오르게 되는데요.

그렇기에 산행의 결과에 얻을 수 있는 산물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일 것입니다.












하얀 무명 천으로 뒤덮힌 산은 몇번을 봐도 새롭습니다.

분명 어렸을 때부터 오르던 뒷산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길이 혼란스럽습니다.

기억 저편에 아련한 실루엣이 떠오를 즈음 다시 내리는 눈에 의해

자리잡던 희미한 형상은 온데간데없고 또 다른 새로운 길이 펼쳐지더군요.











가파른 산을 오름에 더운 숨을 내쉬어 몸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이내 달아올랐던 숨조차 얼려 버리는 한기에 잠시라도 주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해 바쁜 발걸음을 또 내딛지만 가야할 길은 아직도 만리입니다.

지치고 또 지쳐 이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볼품없이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저에게 희망을 주는 햇살 때문에 다시 한 걸음 나아갑니다.











눈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발자국이 사라져 걸어 왔던 길을 잘 못 찾게 됩니다.

그럴 때면 로버스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이라는 시가 떠오르더군요.

시는 작가가 걷는 삶의 길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과연 시 "가지 않는 길" 과 눈길이 무슨 관계가 있어 생각나는지 모르지만 

저는 항상 눈 위를 걸을 때면 마치 태아 때부터 들어오던 자장가처럼 시 한 구절이 흐릿하게 떠오르더군요.












새하얀 나무 너머 풍암 고등학교와 대주 파크빌 아파트가 자리 잡습니다.

평상시에 모락모락 온기가 피어오르는 정든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생각날 줄 알았지만

눈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조용한 정막만 드리운 채 아무런 인적을 느낄 수 없더군요.

새하얀 은빛 코팅만 아파트 벽에 부분 부분 드리운 지금은 12월 어느 눈 오는 날.












금당산 입구에서 출발해 처음으로 맞을 수 있는 정상 - 황새정입니다.

물론 이후에 더 높은 봉우리를 두 군데 더 지나야 금당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이미 이곳에 도달했다는 자체로서 시원한 배경을 마음에 가득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당도하자 나무 틈으로만 비췄던 햇빛이 직접 내리 쬐니 기분이 한껏 들뜨더군요.











제가 다음 목적지로 발을 옮기자 갑자기 눈보라가 돌연듯 퍼붓기 시작합니다.

제 머리 위에도 눈이 한가득 쌓이기 시작하는데요. 앞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에 걷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이미 폭설은 시련이 아니더군요.

크리스마스에 앞서 산타의 썰매가 시범 운행중에 뱉는 낡은 소망처럼 송이송이 내리는 눈들은

시련의 혹한처럼 차갑지도 매섭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더군요.











눈발이 그친 후 보이는 송암산업단지 전경입니다.

 평소, 시끄러운 기계음으로 북적북적 거려야할 곳이지만 하얀 면사포가 드리운 다음에는

사뿐 사뿐 걷는 하얀 고양이의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더군요.

매서운 추위에 죽어버린 도시에 하얀 천사의 연주가 들리는 듯합니다.











다음 고개에서 힘든 시간을 인내해 걸어왔던 길을 다시 음미합니다.

굳은 의지로 겨울철을 버텨온 소나무의 푸른 기운 너머로 봐도 봐도 색다른 아파트 풍경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시원합니다.

이런 겨울 어느 눈 오는 날, 금당산에 올라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삶이 저에게 주는 풍요롭고 참된 행복입니다.












중도에 끊길 것만 같은 눈길은 길에 길로 이어져 정상까지 단숨에 내딛게 합니다.

뼈만 앙상한 나무 가지와 가지 사이로 하얀 솜털들이 흩날려 응원 팻말을 흔들어 줍니다.

영광의 마지막 코스처럼 하얀 양탄자가 시상대까지 줄줄이 이어져 종결 지점이 코 앞이라는 것을 실감케 합니다.

그리고 길 마무리에 있는 것은 보람을 가득 짊어진 미래의 저에 모습입니다.









 


때마침 정상에 오르자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멀리 아파트까지 훤히 보이던 하늘도 희뿌연 안개에 둘러 쌓입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송이가 저를 힘껏 축하해줍니다. 더불어 바람은 저를 위해 찬송가를 불러줍니다.

사람의 발걸음 흔적이 남아있는 눈길이 차츰 사라지는 가운데 금당산 정상은 제가 가야할 마지막 길입니다.

멀지 않았으니 미끄러운 길이 고되기는 하더라도 더욱 힘내야지요.  

 





 

 



 

정상에 금당산 정상이라는 푯말은 강풍에 실려 어디론가 떠 밀려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하얀 눈들만 바위 위에 가득해 이곳에 눈이 왔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매서운 한파에 나무의 잎사귀들도 더 이상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겨울의 하얀 눈망울에게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나뭇가지 끝끝에 걸린 하얀 눈동자가 더욱 촘촘히 빛이 나는군요.  











 

 영화 "겨울 왕국"을 얼마 전에 봤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닌 마법의 힘을 두려워 한 엘사가 결국 동생 안나에 의해 사랑의 힘을 깨닫고 세상을 구원한다.

"겨울 왕국"의 이야기는 대강 이렇는데요. 영화 도중 엘사가 자신의 아름다운 왕국을 얼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때 영화 내에서 얼어버린 도시는 정말 비참했는데요.

지금 산에서 눈에 뒤덮힌 아파트 전경을 보니 사실 그 도시는 아름답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해가 서서히 저물려 합니다. 멀리 노을이 지기 시작합니다.

눈의 산은 등산하는 사람에게 한편의 색다른 맛을 선사하나 다른 면에서 굉장히 위험합니다.

저는 그 눈 덮힌 위험한 산을 견딜 자신이 없더군요.

서둘러 아름다움이 가득한 눈 덮힌 산을 내려오며 2014.12.17 등산기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