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9. Bryce Canyon National Park - 2
브라이어스 케년의 안쪽으로 향합니다.
저녁에 비가 온건지, 아니면 이곳 특유의 날씨 때문인건지. 케년 아래로 향하는 길은 상당히 질퍽거리는 흙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자연은 자연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일까요? 아니면 사람이 시설물을 설치해 관리하기에는 케년이 너무 넓은 것일까요.
발을 내딛을 때마다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기에 나무 계단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떠한 시설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멀리, 구름이 잠시 해를 덮으며 브라이어스 케년은 찬란하게 빛나던 황금빛을 거두고 어두운 주황 빛을 띄기 시작합니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른, 층층이 유사한 형태로 조각되어 있는 석순은 이곳이 결코 단 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유사함 속에서도 각기 다른 내부 구성을 통해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뱀이 기어가는 모양처럼 구불구불한 곡선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는 중에 잠시 짚어본 브라이어스 케년의 돌기둥은
당초에 예상했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과 다른 굉장히 차갑고 딱딱한 기운입니다.
비라도 내리면 쉽사리 떠내려가 버릴 듯한 진흙 모양의 브라이어스 케년 석순이지만
수많은 세월 동안의 침식작용에 의해 이미 가볍고 연한 흙, 돌은 다 떠내려가버리고
이제는 가장 굳센 암석으로만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니,
천지개벽이라도 되지 않는 한 몇 십년 내에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합니다.
더욱 자연의 위용에 감탄을 표할 수밖에 없네요.
브라이어스 케년 층 사이의 황금빛 물결은 내려오는 내내 출렁이다가 하부에 당도해서야 멈췄는데,
물결의 출렁거림 끝에는 초록의 작은 식물들이 머리를 들어내 수줍게 서 있습니다.
거대한 곰 같은 짐승의 집은 아닐까. 케년 층 하부의 절벽에는 침대 정도 들어갈 만한 동굴이 나 있었고
그 너머로 상당히 키가 높은 침엽수들이 가득했는데,
높은 곳에서 볼 수 있었던 노란 브라이어스 케년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더군요.
(브라이어스 케년도 그 넓이가 상당하여, 본 포스팅에서 볼 수 있는 장소 외에도 특징적인 곳이 굉장히 많다 합니다.)
물론 브라이어스 케년의 멋짐은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진정 멋짐이라 함은 시간에 따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처음 입구에 당도할 때만 하더라도 강한 빛이 석순에 반사돼 반짝여 금빛의 브라이어스 케년이라고 칭할 수 있었는데,
2시간이 경과한 후, 이곳을 떠날 때 본 브라이어스 케년은 찬란하고 역동적인 황금빛을 거두고 차갑고 무거운, 두탁한 빛을 내뿜어 적색의 보석이 되더군요.
하루 종일 매순간마다 이런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데, 하루쯤은 이곳에서 계속 머물며 변화를 감상하고 싶어집니다.
물론, 전에도 언급했었지만 미국에서 맛 볼 수 있는 모든 음식,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 등은
워낙 대중화된 음식이기에 다 한국에서 한번씩 맛 볼 수 있습니다.(물론, 조금 맛이 다릅니다.)
19일 저녁에는, 벌써 미국 여행의 절반을 훌륭하게 다녀왔기에, 이를 기념하고자 조금은 특별한 음식 스테이크로 만찬을 가지려 하는데요.
과연 이 고급 음식조차 한국에서 이미 맛 봤던 스테이크와 비슷한 걸까요?
케년을 보러 온 언제부터일까. 이미 우리는 또 시간 기준선을 지나쳐 잘못된 시간을 보고 있더군요.
시계는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인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으나
실상은 오후 6시 10분인 스테이크가 마치 잘 구어지는 시간입니다.(시차가 16시간에서 15시간으로 변합니다.)
질긴 고기가 구워지는 향에 끌려 배꼽시계가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에피타이저로 감자가 통으로 구워 나왔는데, 속까지 노랗게 익어 통째로 먹어도 괜찮을 듯합니다.
샛노란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같이 나왔는데,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퍼져 더욱 달게 느껴집니다.
스테이크는 해산물과 비슷한 굴맛, 아니면 소 간맛이 느껴지는데, 제 미각이 스테이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맛을 다 음미하지 못하는 걸까요.
약간은 한국 스테이크와 맛이 달라 약간은 아쉽더군요.
숙소 맞은 편 기념품 숍에는 눈에 콕콕 박히는 보석, 정교한 조각, 머리띠, 인형 등 다양한 것이 많았는데요.
미국 유타주(인디언 부족이 다수 거주)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인디언 영화 내 촌장의 집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장식품이 많아 인디언 특유의 멋스러운 느껴지더군요.
이곳 인근 Ruby's Inn 호텔에서 계속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