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성지고등학교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성지고등학교 인근에는 마치 뒷산 규모의 낮은 봉우리(샘물터산, 천제산)가 있습니다.
그 봉우리는 장산이나 황령산 같이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기에 매번 이곳을 지나면서도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았었는데요.
부산의 다대포부터 시작해 광안리까지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하다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과연 이곳은 뭐하는 곳일까?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샘물터산부터 방문하기로 결심했는데요.
샘물터산은 산 정상까지 조그마한 오솔길이 연결되어 있는, 허름한 건물이 계속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치 외국노동자들 같은 하층민이 거주할 만한 곳이었습니다.
가는 길목에 적혀진
"외대는 이 땅에 집짓고 살도록 토지를 허용하라"
라는 글씨가 매우 강렬하게 공격적으로 색을 칠한 것이 것이
"너는 이곳을 찾으면 안되는 이방인이다"라는 말을 하는 듯하네요.
이곳에 대한 정보는 지식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에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도 없고 그 외 위키사전 등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도 이곳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더군요.
그래도 일부 블로그에서 이곳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알려주는데,
지도상, 샘물터산이라고 명기된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산이 아니라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달동네라고 합니다.
(첫번째 사진 : (중앙)대연파크푸르지오 Apt, (좌측)석포초등학교, 부산문화회관)
(두번째 사진 : (중앙)W아파트(가장 높은 빌딩), GS하이츠자이Apt, (좌측)광안대교, 동백섬, 해운대엘시티 더샵)
1980년대 부산 도시의 발전으로 전세값, 월세값이 폭등하여
부산 빈민들은 집에서 쫒겨나와 주인 없는 산지에 정착했다 하는데
샘물터산은 이런 빈민들이 모여 집을 짓고 사는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위와 별개로 산을 오를 때 볼 수 있었던 "집을 짓고 살도록 허용하라"는 강렬한 문구가 계속 눈에 거슬리는데요.
사실, 샘물터산은 임자가 없는 땅이 아니라 산림청 등 국가기관이 소유권을 가지는 국가 자산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근처에 있는 외국어대학교가 확장을 위해 이곳을 매수했다 하는데요.
이 때, 외국어대학교가 확장되면 거주할던 사람들이 또 거리에 내 쫓기게 될 것이 뻔하여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연우암공동체"라는 모임으로 모여 국가의 행정대집행에 맞섰다고 합니다.
(첫번째 사진 : (좌중앙)대연역, (우중앙)경성대부경대역
(두번째 사진 : (좌)대연동현대Apt, (좌중앙하)부산공업고등학교)
(세번째 사진 : (중앙)경성대부경대역) (우측)부산박물관 모서리)
부산외국어대학교와 이곳 사람들 간에
2000년대 초반까지 명도소송이 진행됬다고 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다만 확실한 건 샘물터산은 지금도 약 50여세대 이상의 가구가
거주하는(평균연령 60) 달동네이며, 언젠가는 재개발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곳입니다.
세상이 많이 발전한 지금도 이런 장소가 남아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며,
한편으로는 이 당시 이곳에 거주해야 했고, 이곳에서 농성해야만 했던 빈민들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 아프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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