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이 만나는 계기가 되어
제가 가족여행을 결심했습니다!
가족의 단합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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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이란
산을 중앙에 둔
그 둘레의 길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구분 짓는 거대한 산맥이 존재하는데요.
그 산맥에 중심이 바로 지리산입니다.
국립공원 제1 호로서 지정돼 있는 지리산 둘레길을
우리는 가볍게 1코스만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1. 둘레길 시작
(운봉에서 주천으로)
둘레길에 대한 사전 조사 결과
운봉에서부터 출발해야 조금 더 편하게 간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고로. 어차피 70km 전 구간을 돌 것도 아니라서
운봉에서 주천으로 향해 둘레길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전라북도 남원시의 운봉읍에 모습입니다.
약 6시간의 여정에 시작.
시작부터 이곳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도시와 달리 시골이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차도 얼마 없고요. 건물도 너무 낮습니다.
고개를 높이 들어야만 했던 하늘이 이곳에선 눈앞에 가득 메워집니다.
참 평화로운 곳이구나...
지리산 둘레길 하면 왠지 가파른 산맥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대부분 평지입니다.
물론 산 주변을 빙빙 도는 것이라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위와 같은 시멘트 없는 인도입니다.
지리산 주변에는 수많은 마을이 존재합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통해 그 마을들을 하나씩 경유하게 되는데요.
그중에 행정마을을 지날 때 본 담벼락입니다
메마르고 삭막한 도시와 대비해 사람들의 따스한 손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담벼락입니다.
주변이 오염되지 않은 논과 밭이라 메뚜기나 귀뚜라미 등 수많은 벌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무임승차 잠자리가 아빠 등에 붙었습니다.
잠자리양이 널찍한 등이 마음에 들었는지 잡고 놔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쩌지. 저 이는 임자가 있는데.
첫 번째 휴식처에 도착했습니다.
이때까지 나무 그늘 없이 햇볕을 그대로 쬐고 와서 그런지
그늘 진 휴게소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에 벤치 하나.
길에 길 따라가면 목적지가 혼동될 수 있으나
그걸 배려해 화살표로써 지리산 둘레길의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자연 친화적인 길의 지시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2. 처음 만난 사람
오가며 그냥 인사를 주고받은 사람은 많은데요.
처음으로 그 지역 사람을 만났습니다. (맞을 것입니다 아마도... 분위기가 그랬으니까요)
참......
시골 사람들은 푸짐한 것 같습니다.
맥주 겨우 한 캔 사 먹었는데 건빵도 주시고 물도 리필해 줍니다.
도시 사람들 같으면 물 리필 시 1000원 이렇게 매달았을 것 같은데요.
두말없이 손수 채워줍니다.
각종 스포츠에도 초반 중반 후반이 있듯이
둘레길도 초반 중반 후반이 있습니다.
초반은 그냥 그러저러한 평지를 걷는 일이었다면
중반부터는 이제 본격 산을 좀 타기 시작합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논과 밭, 초가집.
마냥 신기한 전경들을 지나쳐 계속 걷다 보면
본격 산 타는 구간이 나옵니다.
물론 가파른 산이 아니라 그냥 뒷짐 지고 오르내릴 수 있는 정도의 산입니다.
산을 타자마자 나오는 것은 연리지 소나무였습니다.
연리지 나무란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서로 붙어서 함께 자라나는 나무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말이죠.
숲길입니다.
둘레길 중 이 구간이 가장 가파른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행정청에서 조금 손을 봐야 할 정도로 험합니다.
하지만 이 구간만 통과하면 다시 뒷짐 지고 걸을 수 있는 곳.
4. 지리산 둘레길 후반.
마지막 가장 가팔랐던 산을 넘으면 이제부터 쭉 평지만 나옵니다.
서서히 사람의 향기가 풍겨오는 곳입니다.
얼마 가지 않아 이제 주천에 도달할 듯합니다.
마지막까지 힘내야지요.
도로로 나와 또 하염없이 걷다 보면
언제 도착할까 하는 두려움이 사라져서 그럴까요?
갑자기 발이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지
피곤하고 지쳐야 하는데 오히려 힘이 더욱 솟구칩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때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당나라에 유학가던 중 동굴에서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은 사상인데
그 사상처럼 모든 것은 정말 마음먹기 달린 게 아닐까요?
한참 멍하니 걷다 보면
꽤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온 건가?" 생각이 들면 정작 남아있는 길은 아직 한참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게 또 발걸음을 억지로 떼고 걸으면
어느새 마무리가 보입니다.
산도 그렇고 둘레길 걷는 것도 그렇지만 공부하는 것도, 인생도 그렇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마음 단단하게 먹고 대수롭지 않게 길을 떠납니다.
한참 길을 가다가 갑자기 힘들어서 뒤돌아보면
돌아가기는 너무 먼 거리를 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걷게 될 때 수많은 시련에 부딪히게 됩니다.
포기할까 생각을 수만 번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눈 딱 감은 채 아무 생각 없이 조금씩, 조금씩 걷다 보면
길게만 느껴졌던 길, 그 끝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끝이 자신에게 정말 아름다운 곳이어서 만족할지, 아니면 기대했던 것보다 한참 뒤떨어져 실망할지는
자신의 몫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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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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