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구정이 지나고, 겨울의 매서운 바람은 더욱 드세져 강추위로 인해 기지개조차 펴기 힘든 지금,
모처럼 찾아온 겨울 햇볕이 너무 따뜻한 나머지 봄이 왔나 착각하여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문득, 새로 가입한 사진 동호회에서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과 온산공단으로 사진 찍으러 간다는 소문이 들려
카메라를 둘러메고 경주로 떠나봅니다.
처음에는 양동마을에 도착하면 너무나도 한적한 나머지 이곳이 정작 세게문화유산이라 불리는 곳인가 착각이 들 뻔합니다만
한옥 몇채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비석이 보이는 입구를 넘어서,
노란 황소와 함께 누런 거적을 걸치고 가을의 황금 빛 밭을 경작하는 농부들과
갓을 푹 눌러쓴 채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모습이 그려진 호화로운 벽채를 보면
이전까지의 초라한 양동의 모습과 너무 대조되는 이미지에 눈이 휘둥그레 집니다.
경주 양동마을은 월성손씨와 여강이씨의 양대 문벌로 이어 내려온 동족마을이라 합니다.
양동마을은 안강평야를 끼고 있으며 농민이 거주하는 허름한 초가집이 아닌 재물이 있는 양반들이 사는 기와집을 많이 보유한 곳입니다.
막상 가면 너무나도 조용한 곳이기에 어떻게 보면 겨울에 이는 바람에 날리는 다 떨어진 초록 나무의 가지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는 따분한 곳일 듯하지만
그 공허함 속에서 날뛰는 광기의 어린 야생마조차 재울만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
한번쯤 가봐도 좋을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보면 안동 하회마을과 몹시 분위기가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길을 거닐다 보면 느낌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하회마을에서는 좀 더 쾌활한 조선시대 장터의 느낌을 느끼지만 그와 반면,
양동마을은 조용한 산기슭에 있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가 거주하는 곳의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한편 가장 아래 사진은 무첨당이라는 곳인데, 손님을 접대하는 사랑채로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치고는 굉장히 사랑채가 넓고 웅장하더군요. 굉장히 격식있는 자를 모셨던 곳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림의 미학. 어쩌면 우리가 흔히 부르는,
진정 자연에 속하는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슬로우 시티.
마을을 크게 한바퀴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멀리 져물어 가는 해를 봤을 때 느낄 수 있었던,
강하게 쬐지도 않고 안정적인 햇살의 느낌은 마치 양동마을을 둘러봤을 때 느낌과 흡사하다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양동마을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져물어 가는 해를 보며, 우리는 서둘러 야경이 아름답다는 온산공단으로 발을 옮깁니다.
온산공단은 1975년부터 석유화학단지, 비철금속단지 등으로 울산에 조성된 화학공업단지인데,
밤에 보이는 공단의 특유의 불빛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사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저녁 6시쯤 되니, 파랗던 하늘이 급격하게 어두어지기 시작합니다.
수중기로 가득한 고열의 열기가 하늘에 배출될 때, 하늘에는 수증기에 산란된 붉은 빛이 가득해집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색채가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하늘의 색은
충분히 사진사들이 멀리에서 달려와 1~2시간 기다려 사진을 찍게 할 만큼 매력적이더군요.
참고로 위의 2개 사진은 조리개 1.8로 두었을 때 나오는 아름다움이며,
아래 2개의 사진은 조리개 8~9로 두었을 때 나오는 아름다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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