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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 인생/미미의 일상

2018.12.25. 마지막 인사(할머니)

by ★☆ Mimi ☆★ 2020. 6. 7.

 1. 그 날

2018년 12월 16일 일요일 약 14시

부산에서 운동(수영)을 마치고 귀가하는 저에게 작은아버지로부터 긴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너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냐? 할머니 돌아가셨다!?"

 

12월 중순에 할머니집을 방문할 때까지만 해도

제 손을 꼭 잡으시며 "할머니 소원은 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거야."라고 말씀하셨던

할머니이셨는데요.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다니요.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저도 모르게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고된 운동으로 몸은 무척 피곤했지만 황급히 차를 끌고 머나먼 광주로 달려갔습니다.

 

 

2. 과거 생각

제게 있어 할아버지가 뜨거운 불 같은 분이셨다면 할머니는 절 한편의 표주박에 담긴 물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누구든지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항상 깨끗하며 또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도록 순하디 순한,

가정이 항상 평안하고 발 뻗고 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다른 가족을 위해 항상 희생하셨던,

항상 아침 해가 뜨기도 전인 4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부처(천태종)님에게 다른 가족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기도를 하셨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제가 2002년도말 버스와 부딪혀 다시는 걸을 수 없는 불구자가 될 뻔 했을 때,

늘 집과 병원을 왕래하시며 저를 지극 정성으로 간병하시던

부처님께 올린 간절한 기도로 미래가 안 보이던 저를 어두운 세계에서 구원해 주신 분

 

어쩌면 제게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이 더욱 간절한 것은 아마

지금은 정말 오랜 세월이엇지만 병원에서 지냈던 1년 이상의 기나긴 기간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쌓았던 아름다운 추억이 누구보다 많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직장에 나가 사회생활을 하셔야 했기에 낮 시간 동안은 저 혼자 병원에 남아 있어야 했는데,

항상 그럴 때면 병원으로 오셔서 간호하시던 분이 할아버지, 할머니였기에

저에게 있어 두 분은 정말 남 다른 분들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불교신자이신지라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극히 금했는데요.)

(저의 병을 치료하는데 돼지콩팥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민간요법을 듣고)

(할머니 몰래 돼지콩팥을 공수해 저에게 먹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워낙 제가 오래 입원해 있어 뭐든 좋다는 것을 다 해봤네요.)

 

 

3. 삶과 죽음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전화를 통해 들었을 때만 해도 정말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너무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일까요.

이번에는 저에게 있어 생각보다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더군요.

 

물론, 이렇게 갑작스레 돌아가실 거라 전혀 생각치 못했지만

할머니가 사망하기 6개월 전부터 나가는 것을 극히 거부하시며 하루에 절반 이상 침상에 누워 잠을 주무시던

주름으로 가득한 할머니의 손과, 세월의 고됨에 못이겨 굽을 때로 굽어진 할머니의 등이

젊은 사람과 대비해 너무나도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눈에 선했기에

어쩌면 별 특이한 점 없이 명이 다해

불가에서 말하는 다음 생에 태어나기 위해 잠에 드신 것이 분명했기에......

 

 

4. 할머니의 모습

병원에서 할머니는

 이제 정말 기나긴 꿈을 꾸기 위한 듯, 인공 호흡기에 숨을 의지한 채 침상에 누워 계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병상에 누어계실 때에는 스스로 독과 싸우는 중이셨기에 어떠한 보조 기계도 없이 있으셨는데,

할머니의 경우, 심장에서 피를 내뿜는 대동맥이 터져버린 것이라

혈액을 순환시켜주는 기계이며 인공 호흡기 등이 침상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유독 안 찾으시던 라면을 찾으셨다.", "유독 그 날 할머니가 절을 급하게 찾으셨다."

라는 등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된 원인에 대해 아버지와 고모들의 추측이 오갑니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할머니는 할머니가 주로 다니시는 절에서 부처님을 섬기다 화장실에서 쓰러지셨다는 것입니다.

우리가족 및 친가식구가 모여 할머니가 돌아가신다는 사실에 오열하는데,

오히려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게 마치 부처님의 부름을 받아 돌아가시는 것만 같아 정말 다행스럽더군요.

할머니가 생애 그토록 신봉하셨던 부처님 아래 그를 향해 절을 올리다 돌아가실 수 있었으니까요.

 

 

5. 장례

할머니는 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인 25일 오전 8시경에 돌아가셨습니다.

광주 연세요양병원에서 최종 사망선고를 받고 천지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습니다.

2014년도 중순경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만 하더라도

우리 가문에서 제가 무슨 위치에 있는지 역할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제가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깨달은 지금은

장남으로서 든든하게 할머니 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할머니께서는 하늘에서 보고 계실 겁니다.

 

머나먼 세상으로 할머니 가시는 길에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장례식 발인 때

어떤 세상의 풍파가 찾아와도 항상 굳건하셨으나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시던 아버지의 곁을

이제는 이해하고 든든하게 옆을 지켜줄 수 있는 저의 모습을 할머니께서는 보고 계실 겁니다.

 

최종 발인을 하고 볕이 잘드는 할아버지 무덤 가에 나란히 할머니를 모시고 나니

이제 정말 모든 것이 끝이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6. 마지막 하고 싶은 말

어쩌면,

제게 있어 커다란 인생의 행복인 7급 합격과 6급 승진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기에

 7급 합격은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셨고 6급 승진은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셨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칩니다.

제게 있어 너무나 소중한 분이셨기에 평생 잊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지는군요.

어쩌면, 다음 생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봴 수 있겠지요? 

이번 생에는 저의 불의의 사고로 가슴 아픈 기억만 두 분께 드렸는데,

다음 생에는 정말 소중한, 행복한 기억만 안겨 드릴 수 있겠지요?

더욱 부모님께 잘하고 제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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