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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 인생/미미의 일상

2014.8.14. 할아버지 잘가요.

by ★☆ Mimi ☆★ 2014. 8. 14.


 




1. 상황

 

8월 15일 금요일 정확히 새벽 2시.

할아버지는 스스로 화를 이기지 못한 채

조선대학교 응급병원으로 실려 가셨습니다.

금방이라도 깨어날 듯한 얼굴로 편하게 눈을 감고

그 동안 바쁜 인생에 대해 잠시 회고하시는 듯한 인자한 미소를 띠며

 할아버지는 말이 없으셨습니다.







2. 과거 생각

  

할아버지. 저에게 할아버지는 매우 엄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제가 그분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라곤

어렸을 때 저를 무릎 꿇게 하고

벼루에 물을 부으시고 먹을 1~2 시간 정도 갈게 했으며

 한자를 쓰고 사자소학의 문구 하나하나를 정성껏 쓰게 한 것과

 예절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하셨던 것

 그리고 제가 병원에 오래 있을 때 부모님이 바쁘신 관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교대로 제 병실에 오셔서 저를 간호했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너 민철이 죽으면, 너 책임이야!!!"

 저 사고 났을 때 불같이 화내셨다 하는 할머니의 말씀이며

 "그럼 백만 원 정도 절에 올려야지"

 저 공무원 1차 합격했을 때 뛸 듯이 기뻐했던 모습이며

어쩌면 제가 장손이라서 그 때문에 더더욱 각별했던 할아버지의

 정이 기억납니다.

(다른 기억도 많이 나지만 최근에 생각나는 것들입니다.)







3. 병원에서부터 변한 모습.

  

8월 16일 토요일 점심 때 잠깐 시간을 내어

 대부분의 고모들과 삼촌 아빠 엄마가 모인 장소에서

 할머니와 중대한 회의를 했습니다.

 오로지 산소통과 다양한 약물들에만 의지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보다는 그냥 편안하게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거 같다는 모두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녁부터 조금씩 할아버지의 혈압이나

 심장 박동 수가 이상해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할아버지는 중환자실로 옮겨지셨습니다.

(중환자실 자리가 가득 찼다는 이유로 못 올라갔습니다.)

  

다음 날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옵니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한다는 슬픈 말이 들립니다.

그리고 보통 면회 시간을 제외하곤 출입이 통제되는 중환자 실에

온 가족분들이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켰습니다.

 40...35...30... 점점 떨어지는 심박 수

 그리고 마침내

 8월 17일 일요일 3시(15시) 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이렇게 될 것은

 2주 전쯤부터 예고돼 있던 일 같습니다.

 

별일 없이 아파트에서 뒤로 넘어지셔서 병원에 입원한 후,

호랑이 같으셨고 당당하셨던 할아버지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제가 저녁마다 병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할아버지를 돌봤는데

 저에게 항상 의지하시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 줄 때부터,

 

일주일이면 낫는 아무것도 아닌 수술을 할 때,

그날 저녁부터 저에게 도통 알아들을 수 없게 할아버지 과거사를

 얘기하실 때부터 이러한 결말은 예상된 거라 지금은 생각이 듭니다.

 






4. 삶과 죽음이란


8월 17일 일요일 3시에 돌아가신 후 다양한 절차를 치르고

 할아버지는 만평 장례식장 (풍영 체육 시설 단지 근처)

에 옮겨지셨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상주 역활(띠 없는 안장 착용)을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직계 손자-장손이라고 상주가 되더군요.) 

 

8월 18일 월요일 1시에 할아버지는 시신으로서

 1시간 정도 다양한 행위를 거친 후 입관하셨습니다.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주변을 한번 바라보며

 "너희들 왔구나"

 하실 것만 같았는데...

 할아버지는 관 속에 누우셔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

 

 허무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제 이름을 부르시던 할아버지인데

갑자기 이리 아무 말 없이 관에 누으시니

갑자기 돌연 듯 이 세상 삶이라는 게 슬퍼집니다.

아빠도 언젠가 저렇게 될 것이고

저도 언젠가 자식들 다 보는 앞에서 저리 편히 눈을 감을 테니까요.

 사람의 생이라는 게 참 허무하고도 안타까운 것이구나 느껴집니다.







5. 마지막...

 

8월 19일 화요일 아침 9시.

이제 모든 절차들이 다 정리되고

할아버지의 관을 발인합니다.

 

저는 직계 자손 중 장손으로서

마치 버스처럼 긴 리무진 앞 좌석에서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하관 할 때까지 관 앞에서 할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드렸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이 생각납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틀니를 착용하셨는데

 입관하실 때는 틀니도 빼 조금한 간격이

 입 사이로 보이던 할아버지의 모습.


입관 마지막에 할아버지 관을 최종 닫기 전

할아버지 주변에 종이로 만든 꽃을 뿌렸는데

 그때 보였던 할아버지의 편안한 모습이

최종 기억납니다.

 






6.하고 싶은 말.

 

9시에 발인했던 관은

 마을에 도착 후 가벼운 제사와 더불어

 11시에 묫자리로 올라가 하관했습니다.

 그 후 2시까지 봉분 작업을 마친 후

 마지막 제사를 올리자 모든 게 끝났습니다.


 삼 일 후에 지내는 삼우제를

 21일 목요일에 지내면 이제 할아버지는

 우리 곁에서 영원히 떠날 것입니다.


할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쓰러지고 난 후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간병 기간 때 제가 조금 소홀히 했던 점과

 더 잘해드리지 못한 점.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가시니

 제가 할아버지에게 저도 모르게 화를 냈던 일과

 할아버지 의견을 묵살해 버린 점 등이 너무 미안하고 가슴에 아팠습니다.

 사람은 왜 후회될 일을 하는 걸까요...

 옆에 계실 때 더욱 잘해드릴 걸...

  

(할아버지 하관 날 19일 오후부터)

(유산 상속 문제거나 각종 비용 문제에 대한 언급은)

 (직접 개입하는 입장이 아닌 3자 입장으로서 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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